안수인, 장자인 2인전 《모서리의 입》 전시 리뷰




4월 1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서교동에 위치한 갤러리 ‘합정지구’에서 안수인, 장자인 작가의 공동 전시 ‘모서리의 입’이 열린다. 합정역 9번 출구를 나와 죽 걸어 오다보면 골목에 알 수 없는 ‘+’싸인이 적힌 간판을 볼 수 있다. ‘합정지구’갤러리다. 전시장에 들어서기 전 외부 유리벽 안에 놓인 안수인 작가의 거대한 벽화 작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는 1층과 지하 1층으로 나뉘어 있어, 상반된 분위기의 두 공간에 놓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안수인 작가는 현재 국민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재학 중이다. 학사과정부터 발전시킨 작업세계를 이어나가며 다양한 전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합정지구 전시는 올해 안수인작가의 세 번째 전시로 올해 북서울 미술관 기획 프로젝트에도 참여 중이다.

 

작가의 작품 제목인 ‘몸꽃’은 안수인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응축하는 하나의 키워드이자 담론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의 신체와 동식물이 하나의 생명체로 자라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인간과 동식물의 융합은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생성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몸꽃은 ‘몸’과 ‘꽃’으로 나뉜 두 세계의 연결을 상징한다. 몸은 인간의 신체다. 문명화된 인간, 오늘날 우리 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옷을 입고 화장을 하고, 장신구를 통해 몸을 치장한다. 사회화된 인간의 몸이다. 하지만 이런 정형화된 아름다움에서 작가는 결핍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 대안을 자연에서 찾고자 한다. 도시 한 가운데에서 자연을 찾고자하는 인간의 노력은 작품 속 인간의 모습으로 대변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생명력’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 찌그러지고 험한 모습 그 자체에서 나온다. 플라스틱처럼 정형화된 의미의 아름다움과 또 다른 아름다움이다.

 

왜 식물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꽃은 인간의 삶에 대안을 제시해준다’고 답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집 한 켠에 놓여있는 100여 개의 크고 작은 화분들 사이에 들어가 서있으면 다른 세계에 들어온 기분이 든다’ 고 말한다. 인간의 세계에서 식물의 세계로 들어와 인간의 소통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식물들 간의 관계 속으로 들어간 기분이 든다고 한다. 언어를 통해 타인과 관계 맺기에 익숙한 사람들이 놓친 관계 맺기의 또 다른 방식을 식물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재발견한다.

 

선인장은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식물 중 하나다. 선인장에는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담겨 있다. 인터뷰에서 왜 선인장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작가는 이렇게 답했다. “겉으로 본 선인장은 단단하고 강하다. 강한 생명력으로 거친 사막에서 살아남는다. 하지만 사실 선인장은 생각보다 연약한 존재다. 식물은 식물마다 맞는 환경이 있어서 그 조건이 맞지 않은 곳에 놓이면 죽게 된다. 그런 선인장에게 있어 가장 좋은 환경은 사막이다.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선인장에겐 가장 살기 좋은 곳에서 살게 된 것이다.”며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그녀만의 세계관을 이야기하였다.

 


글 _유호정